장을 본 날 상추와 오이, 대파를 같이 사 와 냉장고 채소칸에 넣었다. 며칠 뒤 반찬을 준비하려고 오이 봉투를 꺼냈는데 안쪽에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오이 끝부분을 손으로 잡자 평소보다 조금 물렁하게 눌렸다. 같은 날 사 온 상추 통도 함께 꺼냈다. 상추는 가장자리 몇 장이 조금 시들었지만 아직 먹을 만했고, 오이처럼 물러진 느낌은 없었다. 같은 날 사서 같은 채소칸에 넣었는데 왜 오이의 상태가 먼저 달라졌는지가 궁금했다. 세 채소를 꺼내 식탁에 놓고 보니 가장 먼저 비교해 볼 만한 것은 채소 자체보다 포장 안에 남아 있는 물기의 모습이었다.
오이 봉투 안쪽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오이를 넣었던 봉투 안쪽에는 물기가 남아 있었고, 오이 표면에도 축축한 부분이 보였다. 장을 본 날 씻어서 넣은 것은 아니었지만, 냉장고 안에서 생긴 물기가 봉투 안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다. 오이처럼 수분이 많은 채소는 겉에 물기가 남은 채 비닐 안에 오래 있으면 표면이 축축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물러지는 부분이 생기기 쉬워질 수 있다.

같은 날 산 상추와 대파에서는 물기가 다른 곳에 남아 있었다
같은 날 사 온 상추 통도 다시 열어 봤다. 바닥에는 키친타월 한 장이 깔려 있었고, 오이 봉투처럼 안쪽 벽에 물방울이 맺혀 있지는 않았다. 가장자리 몇 장은 조금 시들었지만 오이 끝부분처럼 물렁하게 눌리는 곳도 없었다. 대파는 또 모습이 달랐다. 장을 본 날 일부만 씻어 채반에 잠시 펼쳐 두었다가 다음날 사용할 만큼만 통에 담아 두었다. 흰 부분과 초록 잎 사이에 물기가 남기 쉬워 바로 통에 넣지 않았던 것이다. 상추와 대파도 수분이 많은 채소였지만 보관할 때 물기가 남아 있던 위치와 정도는 같지 않았다.
오이를 다시 넣을 때는 봉투 안쪽부터 말렸다
물러진 부분이 심하지 않은 오이는 먼저 사용하기로 하고, 남은 오이를 다시 넣기 전에 봉투 안쪽을 봤다. 작은 물방울이 남아 있어 봉투를 털고 안쪽의 물기를 없앴다. 오이 표면에 축축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마른 키친타월로 가볍게 닦았다. 새 보관용품을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사용하던 봉투를 그대로 쓰되 안쪽에 물이 고인 채 오이를 다시 넣지 않는 정도만 바꿨다. 오이를 씻어서 보관해야 하는지보다 그날 우리 집에서 먼저 손볼 부분은 이미 봉투 안에서 눈에 보이고 있었다.
남은 채소는 냉장고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관 방법을 달리해도 시간이 지나면 채소 상태는 계속 변한다. 전에는 새로 장을 보고 오면 빈자리를 찾아 채소를 밀어 넣었기 때문에 반쪽 남은 오이가 뒤로 밀리는 날이 있었다. 며칠 뒤 다른 채소를 꺼내다가 그 오이를 다시 발견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날 채소칸을 정리할 때는 새로 산 봉투를 바로 앞에 두지 않았다. 남아 있던 상추 통과 반쪽 오이를 앞쪽 한 자리에 두고, 비교적 여유가 있는 채소는 뒤쪽으로 보냈다. 따로 날짜표를 붙이지 않아도 남은 채소의 자리를 앞쪽으로 정해 두니 다음 식사 때 무엇을 꺼낼지 바로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