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을 푸려고 밥솥 뚜껑을 열었는데 평소와 조금 다른 냄새가 올라왔다. 밥이 상한 것처럼 강한 냄새는 아니었지만 묵은 듯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쌀은 며칠 전에도 같은 봉지에서 덜어 먹었고 물도 평소와 같은 양을 넣었다. 쌀 봉지를 한 번 들여다본 뒤 밥을 그릇에 덜어 식탁으로 가져갔다. 그릇에 담긴 밥에서는 냄새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남은 밥까지 다른 용기에 옮긴 뒤 다시 밥솥 뚜껑을 열었다. 밥은 거의 없었는데 묵은 냄새는 안쪽에 약하게 남아 있었다. 내솥까지 꺼내고 뚜껑은 그대로 열어 두었다.
저녁에는 밥을 다 퍼낸 뒤에도 냄새가 남아 있었다
내솥 안에는 말라붙은 밥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둔 밥솥 가까이에서는 약한 냄새가 계속 느껴졌다. 특히 얼굴을 뚜껑 쪽으로 가까이 가져갔을 때 냄새가 조금 더 뚜렷했다. 취사할 때 생긴 증기는 내뚜껑이나 패킹, 증기가 지나가는 부분에 닿는다. 밥물이나 전분 성분이 가장자리와 홈에 남아 있으면 밥을 모두 퍼낸 뒤에도 냄새가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집 밥솥은 내뚜껑을 분리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내뚜껑을 떼자 가장자리 홈에 희끗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내뚜껑을 싱크대로 가져가기 전에 가장자리를 다시 봤다. 평평한 가운데 부분보다 테두리와 홈 쪽에 마른 밥물처럼 희끗한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손가락으로 문질러 없애기보다 분리 가능한 내뚜껑을 부드럽게 씻어 충분히 헹궜다. 씻은 내뚜껑은 바로 다시 끼우지 않고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말려 두었다. 밥솥마다 분리할 수 있는 부품과 세척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패킹을 억지로 당기거나 설명서에 없는 부분까지 뜯지는 않았다. 이때 내가 씻은 곳은 밥솥 전체가 아니라 눈으로 자국을 확인한 분리 가능한 부품이었다. 본체 안쪽이나 전기 부품이 있는 곳에는 물을 직접 붓지 않았다.
밥솥을 돌려 놓자 뒤쪽 물받이가 눈에 들어왔다
내뚜껑을 씻어 건조대에 올려놓고 밥솥 주변에 떨어진 물기를 닦았다. 본체를 조금 돌리자 평소에는 앞에서 잘 보지 않던 뒤쪽 물받이가 눈에 들어왔다. 꺼내 보니 바닥에 물이 조금 남아 있었다.

평소에는 밥을 퍼내고 내솥을 씻는 데까지는 바로 손이 갔지만, 취사 뒤 물받이까지 매번 확인하지는 않았다. 사용하는 밥솥에서 물받이를 분리해 세척할 수 있다면 제품 설명서에 따라 비우고 씻은 뒤 충분히 말릴 수 있다. 그날은 남아 있던 물을 버리고 물받이 안쪽을 닦아 말려 두었다.
빈 밥솥 냄새와 오래 보온한 밥 냄새는 같은 곳에서 나지 않았다
반대로 밥이 들어 있는 상태에서 냄새가 느껴질 때는 밥을 조금 덜어 그릇에 놓고 밥솥에서 떨어진 곳에서 다시 맡아봤다. 이때도 묵은 냄새가 밥 자체에서 느껴진다면 빈 밥솥에서 냄새가 남았던 경우와는 확인할 곳이 달랐다. 우리 집에서는 오래 보온해 둔 밥에서 이런 차이가 더 분명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보온 시간이 길어지면 밥의 수분이나 색, 냄새, 식감이 달라질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보온 시간과 보관 방법은 밥솥마다 다를 수 있어 제품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