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서랍을 열 때마다 중간쯤에서 손에 걸리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에는 안에 물건이 많이 들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지나쳤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을 꺼낼 때는 손잡이를 조금 더 세게 당겼고, 그러면 어느 순간 서랍이 다시 움직였다.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어서 주말에 안을 정리할 때 같이 살펴보기로 했다. 주말에 서랍을 열어 보니 충전기와 작은 공구, 봉투와 설명서가 뒤섞여 있었다. 자주 쓰는 물건과 거의 꺼내지 않는 물건이 한데 섞여 있어 필요한 것을 찾을 때마다 앞쪽을 조금씩 헤쳐야 했다. 평소에는 서랍을 닫아 두니 이런 배치를 눈여겨볼 일이 없었다. 걸리는 문제를 확인하려고 시작했지만, 정리를 하다 보니 서랍을 어떻게 채워 두었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리하려고 꺼낸 물건부터 사용 빈도를 나눴다
처음부터 서랍을 완전히 비우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눈에 띄는 물건부터 하나씩 꺼내 식탁 위에 놓았다. 매일 사용하는 충전기와 가끔 쓰는 작은 공구를 따로 두고, 오래된 설명서와 이미 사용하지 않는 케이블은 한쪽으로 모았다. 꺼내 놓고 보니 같은 종류의 물건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 필요할 때마다 빈자리에 넣다 보니 자주 쓰는 것과 거의 쓰지 않는 것이 한데 섞여 있었다. 이번에는 물건의 크기보다 사용하는 횟수를 기준으로 자리를 정했다. 매일 꺼내는 것은 손이 닿기 쉬운 곳에 두고, 가끔 사용하는 것은 따로 모았다. 당장 쓸 일이 없는 것은 서랍에 다시 넣지 않았다. 서랍이 걸리는 이유를 찾기 전에 먼저 안에 들어갈 물건의 수와 자리를 정해 두니 이후에 무엇을 어디에 둘지도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비우고 나서야 뒤쪽에 몰린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물건을 모두 꺼내고 나니 서랍 바닥과 안쪽이 한눈에 들어왔다. 생각했던 것처럼 물건으로 꽉 찬 공간은 아니었다. 작은 물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빈 곳이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특히 뒤쪽에는 손이 잘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래된 케이블과 작은 부품이 겹쳐 있었다. 그 사이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봉투도 끼어 있었다. 앞에서 꺼내는 물건만 신경 쓰다 보니 안쪽에 무엇이 쌓여 있는지는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서랍의 빈 공간을 모두 수납에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달라졌다.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자리와 실제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리는 같지 않았다. 특히 안쪽에 물건을 밀어 넣을수록 다음에 꺼낼 때 앞쪽 물건까지 함께 건드릴 가능성이 커 보였다.
자주 쓰는 물건은 손이 가는 순서에 맞춰 놓았다
다시 서랍을 채울 때는 손잡이를 잡은 뒤 어떤 물건부터 찾게 되는지를 먼저 생각했다. 충전기처럼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앞쪽에 놓고, 작은 공구는 한쪽으로 모았다. 봉투처럼 가끔 필요한 물건은 자주 쓰는 물건 위에 겹쳐 놓지 않고 옆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작은 물건도 종류별로 모아 두었다. 예전에는 빈자리가 생기면 그곳에 아무 물건이나 넣었지만, 이번에는 물건을 꺼내는 상황을 먼저 떠올렸다.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앞쪽에 있는 물건을 하나씩 옮기지 않아도 되도록 자리를 정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서랍 안의 물건 수가 크게 줄지 않았는데도 사용하는 공간은 넓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 공간의 크기가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자주 쓰는 물건 앞에 다른 물건이 겹치지 않으니 손이 가는 순서가 단순해졌다.
뒤쪽은 물건을 채우는 자리로 쓰지 않았다
마지막에 남은 물건을 보면서 뒤쪽을 어떻게 채울지 잠시 고민했다. 예전 같으면 남은 것부터 안쪽으로 밀어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장 깊은 곳까지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 가끔 사용하는 물건은 옆쪽에 세워 두거나 작은 상자에 모았다. 길이가 있는 물건도 서랍 끝까지 밀어 넣지 않고 손이 닿는 범위 안에 두었다. 뒤쪽에 여유를 남겨 두니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잊어버릴 가능성도 줄어들 것 같았다. 서랍이 중간에서 걸리는 경우에는 레일 주변에 이물질이 있는지, 안쪽 물건이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지 살펴볼 수 있다. 서랍의 구조나 레일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정리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이번에는 서랍을 분해하거나 무리하게 손대기 전에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의 배치부터 바꿔 보기로 했다. 정리를 마치고 보니 가장 달라진 것은 뒤쪽까지 물건을 밀어 넣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필요한 물건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서로 겹치거나 안쪽으로 밀려난 물건은 줄어들었다.

정리한 뒤에는 필요한 물건을 꺼내는 과정이 짧아졌다
며칠 뒤 평소처럼 충전기를 꺼내려고 서랍을 열었다. 예전에는 중간쯤에서 손에 걸리는 느낌이 나면 손잡이를 조금 더 당기곤 했다. 이번에는 앞쪽에 있던 충전기를 바로 집을 수 있었고, 다른 물건을 먼저 옮길 필요도 없었다. 정리 전에는 물건을 꺼낸 뒤 빈자리를 찾아 다시 밀어 넣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이제는 사용한 물건의 자리가 눈에 보여서 아무 곳에나 넣지 않게 됐다. 뒤쪽에 여유를 남겨 둔 덕분에 새로운 물건이 생겨도 무리해서 빈틈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는 서랍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 수납공간이 부족한 것부터 생각하지 않게 됐다. 어떤 물건이 자주 움직이는지, 앞쪽에 무엇이 겹쳐 있는지, 잘 쓰지 않는 물건이 안쪽으로 밀려나고 있지는 않은지를 먼저 보게 됐다. 서랍은 빈틈없이 채워 두는 것보다 꺼내고 다시 넣는 과정에서 서로 방해하지 않도록 자리를 정해 두는 것이 더 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