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장 안의 반찬통을 모두 꺼낸 것은 작은 통 하나 때문이었다. 저녁 반찬을 담으려고 손을 넣었는데 필요한 통이 비슷한 크기의 용기 세 개 아래에 있었다. 위에 있던 통을 식탁 위로 하나씩 내려놓고 작은 통을 꺼냈다. 뚜껑도 바로 나오지 않았다. 다른 통 안에 들어 있던 것과 옆에 세워 둔 것이 섞여 있어 두 개를 맞춰 본 뒤에야 맞는 뚜껑을 찾았다. 반찬을 담고 나니 식탁 위에는 사용하지도 않은 빈 통이 몇 개 남아 있었다. 그것들을 다시 원래대로 포개 넣으려다가 멈췄다. 찬장 안에 반찬통이 너무 많아서라기보다 하나를 꺼낼 때 함께 움직여야 하는 통이 많은 것이 더 불편해 보였다. 식탁 위에 나온 통과 찬장에 남아 있던 통을 크기별로 나누어 놓았다.
필요한 통 하나를 꺼내는 데 손이 여러 번 움직였다
비슷한 크기의 통을 포개 놓고 아래쪽에 있는 작은 통을 다시 꺼내 봤다. 손가락을 넣어 잡으려면 위에 있는 통부터 들어 옆에 내려놓아야 했다. 통 하나를 꺼내는 일이었지만 실제로는 여러 개를 옮기는 동작이 따라왔다. 이번에는 맨 아래 통을 꺼낸 뒤 위에 있던 통을 다시 포개 보았다. 통의 크기가 비슷하다 보니 한 묶음으로 올려놓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아래쪽에 있는 통이 필요할 때였다. 뚜껑이 닫힌 상태에서는 손잡이처럼 잡을 부분도 마땅하지 않아 위에 있는 통을 먼저 들어야 했다. 찬장 앞에서 몇 번 반복해 보니 내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반찬통의 개수만은 아니었다. 필요한 통 하나를 꺼내기 위해 다른 통을 식탁이나 찬장 옆으로 옮겼다가 다시 넣어야 하는 과정이 함께 생겼다.
포개 놓은 높이보다 손이 닿는 위치가 더 문제였다
반찬통을 다시 넣으면서 어떤 통이 아래에 놓이는지 살펴봤다. 크기가 비슷한 통은 자연스럽게 포개졌고, 그중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작은 통이 아래쪽으로 밀려 있었다. 위에는 덜 사용하는 통이 올라가 있었지만, 한 번 정리할 때 보기 좋게 쌓는 데만 신경 쓰다 보니 실제로 어떤 통을 먼저 꺼내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뚜껑도 함께 확인했다. 통과 뚜껑을 따로 쌓아 두면 공간을 덜 차지할 것 같았지만 필요한 통을 꺼낸 뒤 맞는 뚜껑을 다시 찾아야 했다. 비슷한 크기의 뚜껑이 여러 개 겹쳐 있으니 하나를 들어 보고 맞지 않으면 다시 내려놓는 일이 생겼다. 반찬통은 크기가 맞으면 겹쳐 보관하기 편하지만, 여러 개를 한꺼번에 포개면 아래쪽 용기를 꺼낼 때 위쪽 용기를 먼저 옮겨야 한다. 보관 공간을 줄이는 것과 자주 쓰는 용기에 바로 손이 닿게 하는 것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자주 꺼내는 통이 꼭 하나뿐인 것은 아니었다
작은 통을 앞쪽에 하나만 꺼내 놓으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며칠 동안 어떤 통을 사용했는지 떠올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멸치볶음은 작은 통에 담았고 남은 나물은 중간 크기 통에 넣었다. 조금 남은 장아찌를 옮겨 담을 때도 작은 통 하나가 더 필요했다. 냉장고 안을 열어 보니 작은 반찬통 몇 개가 이미 사용 중이었다. 하나에는 멸치볶음이 들어 있었고 다른 통에는 장아찌가 남아 있었다. 저녁에 새 반찬이 조금 남으면 같은 크기의 빈 통이 하나 더 필요할 수도 있었다. 찬장에 있는 빈 통만 보고 필요한 개수를 정하면 실제 사용량과 달라질 수 있었다. 한 통을 자주 쓴다는 것과 같은 크기의 통이 한 번에 하나만 필요한 것은 다른 문제였다. 어떤 날에는 작은 통 여러 개가 동시에 냉장고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 그래서 작은 통을 한 개만 남기고 나머지를 치우는 식으로 정리하지 않았다. 같은 크기의 통을 몇 개 남겨 두고, 나머지는 종류별로 다시 묶어 놓았다.
다음날 다시 꺼내 보니 먼저 손이 간 통이 보였다
다음날 반찬을 꺼내면서 찬장 문을 열었다. 전날 앞쪽에 따로 빼 둔 작은 통을 먼저 집었다. 그 뒤에 중간 크기 통을 꺼냈고, 큰 통은 그대로 두었다. 전날에는 어떤 통을 얼마나 남겨 둘지 숫자로 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손이 먼저 가는 위치를 보고 나니 굳이 개수를 정하지 않아도 차이가 보였다. 자주 쓰는 통은 앞에서 바로 잡을 수 있었고, 가끔 사용하는 통은 뒤쪽에 있어도 꺼내는 데 큰 불편이 없었다. 찬장 안을 다시 살펴보니 모든 반찬통을 한꺼번에 줄이는 것보다 종류와 사용 위치를 나누어 두는 편이 우리 집에서는 더 편했다. 작은 통 몇 개는 앞쪽에 낮게 포개 두고, 중간 크기 통은 그 옆에 두었다. 큰 통은 자주 손이 닿지 않는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반찬통을 정리하고 나서 달라진 것은 찬장 안에 들어간 통의 숫자가 아니었다. 필요한 통 하나를 찾을 때 다른 통을 먼저 꺼내야 하는 일이 줄었다.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세어 정리하기보다 실제로 손이 먼저 가는 통의 위치를 바꿔 놓으니, 다음에 찬장 문을 열었을 때 원하는 통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